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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룽싸롱』TELO1O.9785.4389
- 2023년 5월 17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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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같이 퍼붓는 비.
등불 하나가 꼬리를 길게 끌면서, 우중충하고 어두컴컴한 산길을 흔들리며 나가고 있었다. 몇 개의 유령 같은 시커먼 그림자가
흔들흔들, 비칠비칠 그 등불 뒤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때때로,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나지막한 방울 소리가 들려 왔는데 그것은 마치 유령들을 부르는 소리 같았다.
쩔렁 ‥‥‥ 쩔렁 ‥‥‥ 쩔렁
칠흑같이 어두운 밤, 끝없는 음산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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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양편, 음침하고 깊숙한 숲 속으로부터 때때로 캥캥거리는 괴상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 와서 더한층 공포심을 자아냈다.
거기다 또, 귀신의 불길같이 흔들흔들하는 등불 빛, 기다랗게 끌려가는 유령의 행렬 같은 그림자들. 소름 끼치게 들려오는 방울 소리‥‥‥.
이것은 사람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귀신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확실히 사람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는 중국 호남성(湖南省) 서쪽, 서포(敍浦)에서 마양(麻陽)으로 나가는 한줄기 산길이다.
마치 귀신이 사는 세계같이 음산하고 무시무시한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행렬 가운데서 단지 하나만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흔들흔들, 그 사람의 뒤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은 네 구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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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서 가는 살아 있는 사람은 키가 작달막한 땅딸보 노인이었다. 그는 왼손에 누런 비단으로 배접을 해서 만든 등을 들고 있었다.
그 등은 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시달린 모양으로 퇴색하고 낡아서, 누런 빛깔이란 것을 분간하기도 어려웠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도 음산하기 비길 데 없었다.
땅딸보 노인은 오른손에 한 쌍의 구리쇠 방울을 잔뜩 움켜잡고, 거의 기계적으로 간격을 맞추어 가며 흔들고 있었다.
무정한 세월과 혹독한 생활의 시달림으로 생긴 무수한 주름살들을 모질고 사나운 비바람이 후려갈기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런 감각도 없다는 듯 마치 목석처럼,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서 끌려오는 네 구의 시체처럼 빳빳하게, 꼼짝달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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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고 천천히 발을 옮겨 놓고 있을 뿐이다.
노인은 거친 무명으로 만든 갈색 중의 적삼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누런 빛깔의 무명 띠를 질끈 동였고, 발에는 다 해진 짚신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몇 가닥 희끗희끗한 염소 같은 수염이 턱에 달려서 때 없이 흔들거렸다.
노인의 뒤를 따라서 질질 끌려가고 있는 네 구의 시체들은 모조리 수의(壽衣) 수모(壽帽)를 단정하게 곁들였으며, 얼굴에는 따로
하얀 헝겊이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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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의 얼굴을 덮고 있는 하얀 헝겊은 밤바람이 불 때마다 가끔 훌쩍훌쩍 걷혔다. 그럴 때마다, 처참할 정도로 창백하고 무시무시한
송장의 얼굴과, 이마 한복판에 정통으로 붙어 있는 누런 비단에 그림을 그려서 만든 한 장의 부적(符籍)이 뚜렷이 드러나곤 했다.
송장을 끌고 가는 일은 밤중에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비바람을 무릅쓰고 송장을 끌고 가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단지 한 가지 까닭이 있다면, 그것은 길을 떠나오는 도중에
비바람을 만나게 되어서 시체를 전문으로 맡아 주기 위해서 경영하고 있는 시소(屍所)까지 미처 도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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